김연아·조성진·신진서가 걸어온 성장의 길…제20회 유스히어로 후보자 모집
아동권리 옹호·공연 기획·치료비 기부로 넓어진 역대 수상자들의 역할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제20회 Youth Hero Prize(유스히어로·자랑스러운 청소년대상) 후보자를 모집한다. 2007년 시작해 올해 스무 번째를 맞는 이 상에는 재능 있는 청소년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이 자라도록 응원해온 시간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무게를 더하는 것은 역대 수상자들이 지금도 이어가는 도전과 실천이다.
김연아는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조성진은 국제무대에서 연주하며 관객과 나눌 음악을 고른다. 신진서는 치열한 승부로 얻은 결실 일부를 병마와 싸우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전했다. 청소년기에 유스히어로로 불렸던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실력을 쌓고, 그 실력으로 얻은 신뢰와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고 있다.
2007년 제1회 체육 부문 수상자인 김연아가 오늘날 전하는 이야기는 피겨스케이팅 경기장 너머에 있다.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 활동하는 그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후원자 소식지 ‘I AM’ 창간호에서 어린이의 출생등록 문제를 알렸다. 태어난 사실이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아 교육과 의료, 법적 보호에서 멀어지는 어린이들의 현실이다.
김연아는 이 인터뷰에서 유니세프 활동을 통해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출생등록 문제를 배우고, 어린이의 권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수 시절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사회에 환원하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를 인정받는 일조차 어려운 어린이들의 사정을 전한 것이다.
그가 오랫동안 받아온 관심은 이렇게 다른 사람을 향하는 통로가 됐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성취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에서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의 삶을 함께 이야기하는 태도는, 김연아가 선수 생활 이후에도 신뢰받는 이유를 보여준다.
2010년 예술 부문 수상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음악을 향한 탐구를 국제무대에서 이어왔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25∼2026 시즌 조성진을 집중 조명하는 ‘Artist Portrait’ 시리즈를 마련했다. 협연과 실내악, 독주회, 해외 순회공연을 통해 한 음악가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는 구성이다.
이 시즌에는 조성진이 기획하는 BBC 라디오 3 공연도 편성됐다. 연주자가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누구와 함께 무대에 설지 고민하는 일은, 자신이 발견한 음악의 가치를 관객에게 제안하는 과정이다. 청소년기에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는 이제 국제 음악계에서 자신의 해석과 판단을 나누는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현재를 설명하는 것은 수상 경력의 길이만이 아니다. 한 작품을 깊이 읽고 자신의 해석을 무대에 올리며, 다시 다음 음악을 준비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의 가능성이 성숙한 예술가의 판단으로 자라기까지 쌓였을 시간을 생각하면, 관객의 박수에는 연주에 대한 감탄과 함께 그 길을 꾸준히 걸어온 사람을 향한 존중도 담기게 된다.
2017년 체육 부문 수상자인 신진서 9단은 승부에서 얻은 결실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회복을 돕는 데 보탰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신진서는 올해 8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비 30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7월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와 겨룬 ‘쎈수학·한경 기신전’에서 받은 대국료와 승리수당 일부였다.
신진서는 팬들에게 받은 응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국기원은 그가 바둑 연구생 장학금과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향토장학금, 어린이재단 후원금 등을 전달해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대국을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방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이어온 것이다.
정상급 선수의 승부에는 많은 시선이 모인다. 신진서는 그 관심이 머무는 자리에서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와 후배들의 배움을 함께 돌아봤다. 바둑판에서 보여준 실력에 더해, 자신이 받은 응원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는 모습에서도 그의 책임감을 읽을 수 있다.
세 사람의 활동은 서로 다르다. 어린이의 권리를 알리는 일, 음악을 고르고 해석해 관객과 나누는 일, 치료와 배움에 필요한 자원을 보태는 일은 각기 다른 전문성과 판단을 요구한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두고 어떤 가치를 선택할지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넓혀왔다.
유스히어로라는 이름에 대한 감사와 경외는 그처럼 구체적인 삶에서 생겨난다. 어린 시절의 성취를 기억하는 사람들 앞에서 계속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영향력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들이 이어온 노력은 후배들에게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보여주는 동시에, 성취한 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도 생각하게 한다.
한국스카우트연맹에 따르면 유스히어로는 2007년 제정 이후 2025년까지 모두 7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번에 살펴본 세 사람의 활동은 그 가운데 일부다. 올해 스무 번째 수상자를 찾는 일에도, 지금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도전 속에서 앞으로 자라날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뜻이 담겨 있다.